최근에 기분 전환을 하고 싶었고, 엘리멘탈에 대한 후기를 보게 될수록 매력적이라고 느껴서 한가한 방학의 특권을 누리며 평일 낮에 보러 다녀왔다.
누군가는 엘리멘탈을 아름다운 형태의 로맨스로 보기도하고,
누군가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보기도 한다,
누군가는 감독의 출신배경과 제작 된 이야기를 보며 이민자들의 서사로 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엠버를 보며 K-장녀의 이미지상을 투영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엠버와 웨이드의 관계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당연하게도 하나의 작품에는 다양한 해석과 시야가 존재한다.
거짓말하지 않고서 100명의 관람객이 있었다면, 100개의 해석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
단순하게 난 로맨스를 좋아한다. 정확하게는 등장인물간의 사랑에 대한 서사를 다루는 콘텐츠를 대부분 좋아한다.
그렇기에 엘리멘탈은 크게 고민하고 갈만한 작품은 아니었다.
일단은 두 캐릭터간의 관계성을 비추고 있고. 이 작품은 내가 늘 좋아하던 디즈니 픽사 스튜디오의 작품이며, 난 디즈니 플러스의 월정액 고객도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기왕에 보는거 철저히 나의 개인 중심적인 시각으로 보기로 했다.
우선 두괄적으로 이야기 해보자면, 이 작품을 굉장히 즐겁게 감상했다.
기존에 애니메이션 영화 인생작으로 인사이드아웃을 이야기 했었는데, 그걸 갱신할 정도로.
사소한 설정이나 세계관을 파고드는걸 유독 좋아하는 나에게 엘리멘탈은 정말 디테일하게 시각적인 즐거움과 해석의 여지를 준다.
특히나 불들이 동떨어진 도시의 디자인과 배경을 보다보면, 불이 가지는 상징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작중에서 웨이드의 가족들은 엠버에게 이야기한다. 도시를 구성하는 유리 기술이 모자랄 정도라고,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유리와 금속을 가장 잘 다루는 건 그 도시에 있지 않는 불이다.
불들이 없는 이 도시는 불이 잘 다룰수 있는 것들로 꼭 필요하도록 이루어져 있다. 나는 그 사실만으로 감상하며 즐거웠다.
사소한 디테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양한 세계관을 담아내기에 영화는 정말 짧다는 점이다. 작중에서도 중복된다 보이는 캐릭터들이 보이는 점은 다소 아쉽게 다가오기는 했다.
가장 귀여웠던 디테일들을 몇개 이야기 하고 싶은데, 공기들이 경기할때 물들이 정말로 “파도”를 타는 장면이나, 공기들이 타고 이동하는 수단이 비행선인데 타고 내릴때 마다 부풀고 줄어드는 점이나, 어른이 되었다며 몸에 자란 꽃을 보여준 클로드 같은 디테일이 좋았다.
엘리멘탈은 로맨스가 있으나, 엠버 한사람에게 더 집중해 진행된다.
엠버 한명의 이야기로 영화의 크고 작은 갈등이 맺어진다.
나는 엠버 한명의 이야기가 주도적으로 나오는 점도 좋았다, 로맨스적 요소가 있는 작품이 으레 두명의 관계성에 집중하는 것에 반면해 엘리멘탈은 엠버에게 조금 더 집중한다.
작중에서 엠버는 자신이 나고 자라도록 도와준 부모님의 파이어플레이스를 물려받고 지키려고 행동한다. 엠버의 행동에 기반한 것은 감사함에서 비롯되는 죄책감, 희생과 수고에 대한 치하였다.
그렇게 엠버가 물려받고자 하는 마음은 지극히 타인으로부터 시작한다.
엠버는 이미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타인보다 더욱 불같은 자신의 성격도, 실은 이곳에 맞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까지.
하지만 엠버에게는 파이어 플레이스는 거진 유일한 세상이었고, 그 불같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게 되어 고민하던 순간 웨이드를 만나게 된다.
웨이드를 만나고 나서, 자신이 피하던 것들에 대해서 또는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엠버는 파이어플레이스에 대한 자신의 진심도, 가족들에게 말해야할 부담이나 마음도, 웨이드를 만나고서 알게된 유리공예도, 웨이드와 함께 만든 관계성에 대해서도 피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엠버가 나오는 장면은 다른게 아니라 유리공예에 엠버의 빛이 산란하여 방안에 퍼지는 장면이었다.
엠버는 존재만으로 빛나고, 강한 기운을 가진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최선을 다하려 하던 엠버는 결국은 알게된다, 두려워하거나 피하던 일들은 실은 없었던 것에 대해서.
웨이드가 엠버를 기존의 답답한 곳에서 새로운 유리공예일을 통해 구해주는, 지극히 고전적인 이야기 구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잘못된 의견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물 원소는 엘리먼트 시티의 가장 주류가 되는 원소이다, 반면 불 원소는 엘리먼트 시티와 동떨어진 소수자 성을 가진다. 둘의 관계성은 얼핏하면 기존의 기득권 층이 소수자를 구해준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엠버의 유리공예를 엠버가 피하던 자신의 진심이나 빛에 대해서 바로 직시하도록 만들어준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유리공예를 계기삼아 타인으로 향하던 엠버의 삶은 자신을 향한다.
엠버는 웨이드로 하여금 다시한번 또 알게 된다, 둘이 두려워하던 일은 맞닿은 순간 일어나지 않았음을. 두려워 하던, 피하던 일의 실체가 없었음을 알게된다.
웨이드는 물 원소 특징을 그대로 가진 캐릭터였고, 그로 하여금 엠버는 슬픔이나 자신의 빛을 마주하는 방식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내 편견을 드러내는 말이겠지만, 웨이드가 남자 캐릭터로 등장하는 점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보편적으로 감성적이며 이해자이고 눈물이 많고 자상한 캐릭터성을 우리는 여자 캐릭터에게서 자주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웨이드의 모습이 그저 물원소의 특징으로 나오는 점도 재미있게 보았다, 타고나는 기질의 영향이지 성별에 좌우되는 점이 아니라 좋았다. 우리의 기질과 개성을 성별의 편견에 국한 시키기에는 아쉬우니까.
엘리멘탈을 보며 좋았던 점이 정말 정말 많았는데… 이걸 다쓰다가는 글이 끝없이 길어질 것만 같아 슬슬 줄여야겠다.
엠버가 가진 빛을 엠버 스스로가 알고 두려워하던 것들이나 피하던 것을 마주하며 진행되는 이야기라서,
우스울지 모르겠지만 내가 걱정하거나 피하던 것들 두려워하는 것들도 실은 마찬가지가 아닐까라는 사소한 믿음이 생겨서 엘리멘탈을 보며 너무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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