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정말 빠르다. 1개월을 돌아보며를 작성하던게 엊그제 일이라 느끼는데,
벌써 회사에서 1년을 앞두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으로 1년이라는 기간을 오롯하게 한곳에서 보내서 신기한 마음이 크다.
지난번에는 KPT 방법론으로 회고를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4L 회고로 진행하려 한다.
이번 회고를 시작하기 앞서, 이전 회고에서 정했던 Try는 아래와 같았다.
조금 더 적극적인 사용자 경험 고려
내가 생각하는 문제에 대하여 자주 공유하기
1번 Try는 꽤 성공적으로 업무에 정착시켰다.
물론 나의 부족함이나,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함께 일하는 기획자분과 더 자주 작업을 공유하고 함께 방향을 다듬어 가는 일련의 시행착오를 겪었고. 덕분에 1개월 당시보다는 많은 접점에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생각해본다면 막 온보딩 단계에서 산업군에 대한 지식을 만들고 있었기에 어느정도는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던 탓이 아니었을까?
2번 Try는 아직은 절반짜리 공유를 하고 있다. 자주 공유하지만 대상이 아직은 많이 적다는게 스스로 더 깨고 나가고 싶은 지점이다. 유의미한 피드백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었다.
Liked : 좋았던 점
일하는 나에 대한 이해가 많이 올라갔다
재미있는 점은 1년 동안 정말 다양한 걸 듣고 만드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건 사실. 디자이너인 “나”보다는 그냥. 한 사람으로 경험한 좋은 점이다.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내가 혼자 있을 때 보다 훨씬 다양한 스스로의 모습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직장도 마찬가지이고.
일하며 내내 나의 책임감이 이렇게 까지 강한 존재인지 새삼스러워하기 바빴다. 나는 내가 항상 열정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나의 책임감은 내 동기가 오래 함께 가게 도와주었다. 잘 지치는 사람임에도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동기는 입사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강한 통제심이 들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정리된 마음으로 돌아보면 함께 만든다는 것. 그걸 잊지 않으려 한다면 마음을 조금은 더욱 가볍게 해도 좋겠다.
그럼에도 1년이라는 시간을 하나의 제품과 보낸 것
그래도 일련의 어려움과 약간의 즐거움. 길고 긴 깜깜하던 디자이너인 나의 여정에서도.
1년이라는 거창할 것 없는 시간을 오롯하게 보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당연한 점을 모두 떠나서 나에게 정말 좋은 기회였다. 많지 않더라도 사용자의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접하게 되고. 운영하며 접하는 많은 한계와 제한 사항에서도 내가 사용자에게 전달 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하던 시간이 뜻깊게 다가온다.
Lacked : 아쉬웠던 점, 부족한 점
내 생각보다 잘 전달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예전에는 내가 자신만만하던 핸드오프가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어렵게 다가왔다.
모든 일은 잘 동작해야, 실질적으로 진행되어야 효용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디자인이 더욱 잘 동작하는 매개가 되어주길 바랐다.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맥락을 가진 사람에게 나의 의도를 모두 전달하고 이야기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근에 인프콘 2024에서 디자이너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말 공감하는 사실은 디자인보다 소통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어디까지 나는 전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 팀이 함께 하도록 동작하는 디자인 핸드오프를 어디까지 만들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마저도 나는 조금 기대된다.
Learned : 배운 점
산업군과 B2B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
예전 고민이 무색하게 이젠 우리 제품이 다루는 산업군에 대하여 훨씬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제품에서 어떤 것을 다루는지 알 수 있다는 건 더욱 심도 깊은 사용자 경험을 고민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경험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속도감을 중요시하던 나는 B2B서비스는 신뢰도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꽤 길고 출시까지 심열을 기울이는 것은 모두 사용자들과 단단한 라포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효과적이던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잘 듣고 다시 정리하여 물어보기. 두 가지였다. 당연한 학습 방식이지만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하여 고민하게 된 점도 내게는 큰 부분이다. 내가 솔직해져야. 더욱 나아갈 수 있다.
동료들을 위한 디자인 관리
굉장히 평면적이었던 디자인 관리 프로세스를 고도화 하게 되었다. 피그마 단일 파일에 허용되는 메모리 부하로 인하여 동료들의 작업 속도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다음의 포스팅 하나로 더 심층적으로 다루고 싶은데, 단순하게 말하자면 디자인 하는 과정에서 피그마 파일 운용 프로세스를 새롭게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
생각보다 피그마 디자인 파일 관리에 대하여 국내에서는 많은 논의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편이고, 실질적으로도 제품 성장에 국한한다면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다만 나는 우리의 디자인 자산이 장기적으로 부채 없이 라이브 버전으로 잘 수집 되어야 더욱 효율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잘 모인 디자인들이 사용자에게 일관성을 전달하리라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계속 버드뷰 디자인을 관리하고 있다.
Longed for : 앞으로 바라는 것
더욱 완성도 있는 작업하기
내게 디자인 기초를 깊게 다져나가고 싶다. 실무 위주의 작업을 이어오면서 스스로 갈증을 느끼던 부분이 명확했다. UI, UX 디자인에 대한 공부가 아니라도 멀리 바라봐서 디자이너로 잘 자리 잡는 주니어 시기를 보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하나의 작업이 훨씬 더 완성도 있는 조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좋은 이론들은 결국 좋은 조형에서 완성된다는 믿음이 생긴 덕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더욱 함께 일하는 분들과 많이 적극적으로 소통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의 디자인 하드 스킬도, 협업의 소프트스킬도 모두 잘 성장하게 노력하자.
그래서 사람들의 일이란 어떤 것 일까? 고찰하기
내가 하는 일은 결국 사람들의 “일하는 순간”을 괜찮게 해주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해야 할 것 도 신경 써야 할 것 도 많다.
모든 것을 알 수 도 이해할 수도 없는 복잡한 일상에서 나는 사람들에게 정리된 “일하는 순간”에 대한 경험을 만들어주고 나아가서는 그것이 일상에서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
너무 거창한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이렇게 믿고 일하고 있다.
누군가는 일과 자신을 분리한 순간 내게 남는게 진짜 나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아가며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어딘가 무인도로 떠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일이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존재인데. 나는 그런 순간들이 모두에게 조금은 더 괜찮길 바란다.
갓 1년을 지나던 무렵에는 오히려 지금보다 스스로를 향한 의심은 적었다.
당장 배우고 돌파해 나가야 할 것이 많았으며 그것을 돌파해나가는 것 만으로도 시간이 빠르게 지났기 때문이다. 요즘은 일이 아니더라도 “디자인” 그 자체와, 디자이너인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과 아직도 모르는 것들, 그리고 해야 할 것들이 많고 많다. 앞으로 먼 여정에서 이번 1년 회고에 확실하게 얻은건 나에 대한 이해다.
이해들이 쌓여 다음 회고 때 또 나에게 더 나은 점을 발견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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